[아파트 30만 일자리, 중장년층 찾는다] ③취업 도전기
“군 시절 시설 관리 경험 살려 관리업무 잘 해낼 거라 생각”
살림 책임지는 경리직도 인기…“입주민 신뢰 받고 싶어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기획


“관리사무소장이 있는 건 알지만, 주택관리사는 모르겠네요.”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20년간 거주한 입주민의 말이다.

주택관리사라는 직업은 생소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의 다양한 시설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소장으로 일하는 사람이 주택관리사다.

1970년대 국내 주택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무렵 관리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1980년대에 들어 주택관리사 제도가 도입됐다. 1990년 4월 8일 국내 최초로 2347명의 제1회 주택관리사 합격자가 탄생했다. 올해 11월 30일에는 1600명의 제25회 주택관리사가 배출된다. 9회까지는 2년에 한 번씩 뽑다가 10회부터 매년 뽑고 있다.

300세대 이상이거나 승강기, 공동난방시스템이 있는 150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주택관리사를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의무관리 공동주택은 1만7867개 단지다. 향후 5년간 주택 270만 호를 공급한다는 정부 계획에 따라 주택관리사가 더 많이 필요해질 전망이다.

주택관리사보 자격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주택관리사보 자격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학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

주택관리사가 되려면 1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주택관리사보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1차는 오지선다형의 객관식 시험으로 민법, 회계원리, 공동주택시설개론에 대한 지식을 평가한다. 문제는 과목당 40문제, 시간은 각각 50분씩. 과락 없이 모든 과목 평균 60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2차 시험은 주택법, 공동주택관리법 등의 주택관리 관련 법규와 시설관리, 입주자 관리 등의 공동주택관리 실무를 평가한다. 객관식 24문제, 주관식 16문제가 출제된다. 

자격증 취득에 성공하면 주택관리사보 자격이 주어진다. 50세대 이상 500세대 미만 중소 규모의 아파트에서 소장으로 3년 이상 근무하면 비로소 정식 주택관리사가 된다. 3년간 경력을 쌓은 후에는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에서도 소장을 맡을 수 있다.

주택관리사는 시험 응시에 자격 제한이 없고, 나이 제한이 없다. 회사원, 공무원, 군인 및 개인 사업자 등 누구에게나 도전의 기회가 열려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하다가 정년퇴직한 중장년층에 인기가 높은 이유다.

종합교육기업인 에듀윌에서 주택관리사 시험을 준비하는 양완규(57) 수험생은 4년 전까지 군인이었다. 전역 전 지인의 추천으로 주택관리사에 대해 알게 된 그는 아파트 관리와 군 경험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았다. 

양 수험생은 “군수시설 관리 분야에서 근무하며 많은 사병을 지휘했던 경험과 아파트 관리를 연관 지어보니 업무 수행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70살까지는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로서 주택관리사가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양 수험생은 지난해 치러진 1차 시험에서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학원 수업과 자율학습 등으로 매일 10~12시간 공부하며 합격의 의지를 불태웠다. 양 수험생은 지난달 발표된 제25회 주택관리사보 1차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했다. 24일에 치러질 2차 시험을 앞둔 그는 “2차는 더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다”며 “이번에 꼭 합격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리더가 주택관리사라면 살림을 책임지는 경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파트 경리는 주로 월별 결산을 통해 입주민에게 관리비를 부과하고 수납하는 등의 회계 및 세무 업무를 담당한다. 단지에 따라 민원 처리 업무도 함께 보기도 한다.

대단지는 세대 수만큼 직원의 수도 많고 업무도 세분돼 있어 모르는 일이 생기면 즉시 물어볼 수 있다. 중규모 이하의 아파트에는 경리가 1명인 경우가 많다. 전임자의 인수인계가 길면 3일, 짧으면 1~2시간에 불과하다. 전임자가 그만둬 공석인 경우도 있다.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나 경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꿈꿀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아파트 경리 양성 학원이다. 학원에서는 전반적인 아파트 회계를 교육하고 강사들의 실무 경험 등을 전수한다. 교육 이수 후에는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취업처 소개도 함께 이뤄진다.

주택관리사보 자격증을 취득한 뒤 중소단지에서 근무하는 초보 소장도 학원을 찾는다. 주택관리사 자격시험을 치를 때 공부한 회계과목으로는 부족해 현장 실무를 배우기 위한 것. 한국아파트빌딩경리전문학원 이다현(56) 부장은 “평소 대부분 수강생은 30~50대 여성이지만 연말에는 자격증을 따고 현장으로 투입된 남성 소장도 수업을 들으러 온다”고 말했다. 

아파트 경리는 업무강도가 높지 않고 대부분 정시퇴근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재취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중장년층의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킨다. 

김주옥(44) 강사는 “학원에서 배우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정시퇴근으로 육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고 아파트 경리직을 추천했다. 20년간 증권회사에 일하고 퇴직한 한민하(55) 수강생은 “아파트 경리는 다른 직종에 비해 정년이 길고 최근 아파트와 빌딩이 많이 지어지고 있는 만큼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직원들과 화합하고 입주민들에게 신뢰받는 경리가 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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