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일 제1276호 게재

사건경위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법무법인 산하

가. A사는 공동주택이나 빌딩시설 관리업을 영위하는 유한회사로 2019. 4. 30. 본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2년간 위·수탁 관리계약(‘본건 계약’이라 약칭)을 체결해 본건 아파트의 관리업무를 수행해 왔다.

나.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관리사무소장이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아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해임안을 가결한 후 A사에 수차례 관리사무소장 교체를 요구했다. A사가 이에 아무런 대답이나 대책을 제시하지 않자 A사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다. A사는 본건 계약에 해지사유가 약정돼 있으므로 정해진 해지사유와 절차에 의하지 않고서는 해지할 수 없다며 다퉜다. 입대의의 결의도 없이 방청제의 양을 줄이라는 부당한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았을 뿐이라며 이를 이유로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나아가 본건 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한 해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라. A사는 본건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계약 잔여기간 동안의 위탁수수료 상당을 배상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마. 1심 법원은 A사의 청구를 기각했고, 항소심 법원 역시 A사의 항소를 기각해 본건 아파트 입대의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

가. 위·수탁 관리계약의 법적 성질과 해지권의 제한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해지할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당사자 약정에 의해 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얼마든지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에 관해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과 다른 내용으로 약정을 체결할 경우 이런 약정은 당사자에게 효력을 미치면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거래 안전과 이에 대한 각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주의적 성격의 것이라 쉽게 단정해서는 아니 되므로 당사자가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민법 제689조 제1항, 제2항과 다른 내용으로 해지 사유 및 절차, 손해배상책임 등을 정했다면 위 민법 규정이 이러한 약정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약정에서 정한 해지사유 및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사안의 경우 본건 계약 제14조에 계약해지 사유를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계약 체결’, ‘등록말소 또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아 정상적인 계약 이행이 어려운때’,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을 불이행할 때’로 제한하여 규정하고 있고, 해지 30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보할 것을 규정한 점에 비춰 보면 민법 제689조에서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과 양립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건 계약은 제14조에 정한 해지 사유 및 절차에 의해서만 해지가 가능하다 할 것이다.

 

나. 본건 계약 해지의 적법성

사회적으로 방청제 남용이 문제 되자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적정한 방청제 투입량을 측정하기 위해 방청제 투입량을 줄이고 수질검사를 시행하기로 결의했다. 입대의 회장이 관리사무소장에게 방청제 투입량을 줄일 것을 지시했으나 소장이 입대의의 결의가 없어 부당한 업무지시라고 주장하며 따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소장과 입대의 사이에 갈등이 생겼고, 아파트 관리 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본건 아파트 입대의는 소장을 해임하고 A사에 수차례 관리사무소장 교체를 요구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적법한 업무지시를 부당하게 거부했으므로 소장 교체 요구는 정당한 요구고, 이에 불응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므로 계약 해지 사유에도 해당된다. 해지 절차 역시 준수했으므로 본건 계약의 해지는 적법하다.

다. 판단

A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본건 근로계약상 정해진 휴게시간에 B사의 지휘·감독이 있었다거나 A가 휴게시간을 자유로이 이용할 수 없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A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평 석

한때 위·수탁관리계약의 법적 성질은 위임이고, 민법 제689조에 따라 당사자는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가의 보도인 양 위세가 당당했다. 위·수탁관리계약서에 계약 기간, 해지 사유, 해지 절차를 상세히 정해도 일방적인 해지는 적법한 것으로 여겨졌다. 얄궂게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쪽은 대개 아파트였고 위탁관리업체는 속수무책 당하곤 했다.

그러나 민법 제689조는 강행규정이 아니라 당사자의 약정으로 배제나 변경이 가능한 임의규정에 불과하다. 이 당연한 법리가 대법원을 비롯해 여러 법원에서 확인되기 시작하자 관리업체 역시 아파트의 일방적인 해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계약의 적법한 해지까지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소장이 정당한 업무지시를 어겨 수차례 교체 요청을 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아 관리 업무에 지장이 초래됐다면 이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 약정된 해지 절차까지 준수했다면 적법한 해지임에 틀림없다. 법원의 판단은 당연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판결 요약본은 지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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