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복합건물’의 관리 난맥상 ③
서울 경기, 주택관리사・변호사・노무사・회계사가 자문

 

 

지자체 “집합건물 관리 조사·감독권 갖고 견제할 수 있게”

“오피스텔 관리비 의혹을 파헤쳐 주세요.” “관리인이 회계자료 및 관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요.” “한 상가에서 관리비를 안 내고 버티고 있어요.” “주민대표기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가 한 건물에 모여 있는 복합건물에 살고있는 입주민과 관리주체들이 저마다 지방자치단체에 쏟아내는 민원이 끝이 없다. 상가, 오피스텔을 비롯한 주상복합건물은 공동주택관리법이 아닌 집합건물법을 적용받고 있고 아파트라면 공동주택관리법 적용대상이어서 한 건물에 각기 다른 방식의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민원이 특히 많다.

민원을 처리하는 행정관청은 해법을 갖고 있을까. 이들도 이런 문제에 개입할 법적 권한이 없어 답답해한다. 행정청도 조사 및 감사 권한이 없어 갈등이 생겼을 때 조정이 쉽지 않다. 집합건물의 관리 기준이 되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가 관리단을 구성해 규약의 제정 및 관리단집회 결의를 통한 단체의사를 형성해 자치적으로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이 의도한 ‘집합건물의 사적 자치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집합건물 대표자들 역시 정확한 법규나 근거를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이 뒤섞여 있다 보니 관리인도 애를 먹는다. 의결을 거쳐 업무를 처리해도 어디선가 다툼이 생겨 법적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갈등 해결과 예방을 위한 묘책은 없을까.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각 운영 중인 ‘집합건물관리지원단’의 경험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집합건물관리지원단은 집합건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리인, 구분소유자 또는 점유자를 대상으로 변호사, 주택관리사, 건축사, 회계사, 노무사 등 전문가들이 현장을 찾아가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관리비, 회계운영, 규약, 시설안전, 노무 등 건물관리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서울, 집합건물 시민아카데미·상담실 운영으로 분쟁 예방

경기, 올해 6월까지 총 128건 자문…분쟁 해결 만족도 95%

◈서울=서울시는 2016년부터 집합건물관리지원단을 운영해왔다. 장희춘 서울시 주택정책실 건축기획과 주무관은 “집합건물의 관리비 횡령사고나 분쟁에 따른 민원이 많아 지원단을 만들었다”면서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이해관계자 간 분쟁을 최소화하고 있어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한다. 

서울 강북구 소재 A집합건물을 통합관리하고 있는 김모 센터장은 지원단 덕에 문제를 해결했다. 김 센터장은 “한 상가가 관리비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어 관리규약에 단전·단수 규정을 넣고 이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가 상가와 분쟁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다. 그는 “그러다 지원단의 자문을 통해 지급명령 및 가압류 등 법적 절차를 안내받아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서울 마포구 B집합건물의 오피스텔 동대표 이모씨는 “어느 날 아무런 근거도 없이 관리인을 자칭하며 나타난 한 입주민이 공용부분을 독단적으로 사용하면서 입주민의 민원이 빗발쳐 지원단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단이 알려준 관리인 지위 부존재확인의 소 또는 관리인 직무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집합건물 시민아카데미’도 진행해왔다. 집합건물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민들의 자치역량을 키우기 위해 서울 시민, 구분소유자, 점유자, 관리단 임원, 관리주체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해 각 분야 전문가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입대의 회장 최모씨는 “아파트와 상가, 오피스텔이 혼재된 복합건물의 통합관리로 나름대로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가끔 의견이 엇갈리거나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 적용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시민아카데미를 꾸준히 듣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다양한 판례와 관련 법령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입대의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매주 ‘집합건물 상담실’을 운영하며 집합건물의 분쟁 예방 활동을 펴고 있다.

경기도 집합건물관리지원단은 현장 자문과 함께 화상, 전화 등 비대면 자문을 병행하며 집합건물 관련 민원을 해소하고 있다.
경기도 집합건물관리지원단은 현장 자문과 함께 화상, 전화 등 비대면 자문을 병행하며 집합건물 관련 민원을 해소하고 있다.

 

경기도서만 3년간 970건 민원…‘관리비 문제’ 70%

◈경기=경기도 역시 집합건물이 늘어나면서 관련 민원도 부쩍 늘었다. 2016~2018년 경기도 31개 시·군에 접수된 집합건물 민원은 총 973건으로 행정기관 조사·지도감독 요청 등 835건, 법령질의 138건이었다. 

경기도는 집합건물 분쟁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전문가로 구성된 집합건물관리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자문실적은 올해 6월까지 16개월간 총 128건으로 구분소유자 및 점유자의 신청이 80% 이상이었다. 주로 분양자, 관리회사, 관리인의 일방적 관리 및 입주민 간 이견에 관한 것이었다.

손연주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집합건축물관리팀 주무관은 “관리주체의 관리비 내역 비공개와 불투명한 회계 운영 등과 관련한 신청이 많았다”며 “오피스텔과 상가가 혼재된 집합건물에서 나온 민원이 70%로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한다.

경기도 지원단 역시 입주민과 관리주체 등 이해관계인 간 분쟁 예방에 필수적인 건물관리 기준 설정에 도움을 주고 있어 자문 만족도가 95%에 이른다. 손 주무관은 “지원단을 계속 운영해달라는 응답도 98%로 높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김포시 C오피스텔 입주민 김모씨는 “입주 초기 시행사가 선정한 관리업체에서 수년간 입주민에게 관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지원단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단에서 입주민들이 관리인을 선임해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리단집회 소집 절차와 관리업체 변경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알려줘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경기도 관리지원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준호 공인회계사는 “입주민들은 집합건물 관리비의 세부 사용내용과 적정성에 관해 가장 어렵게 느끼고 가장 궁금해한다”면서 “현재 집합건물 회계기준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 많아 서둘러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리비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입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라며 “이를 통해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용인시 E아파트 소규모 상가의 소유주인 박모씨는 “건물이 낡아 재정비가 필요한데 장기수선계획 수립이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점주들과 함께 지원단의 문을 두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단이 장기수선적립금의 부담주체는 구분소유자라고 안내해주면서 유사 규모 시설물의 사례를 자세히 알려줘 장기수선계획 수립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올해 하반기에도 약 60건의 집합건물 관련 민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장 자문과 함께 화상·전화 등 비대면 자문을 병행한다. 올해 말부터 경기 시민 및 입주민, 관리주체 등을 대상으로 ‘집합건물 시민아카데미’ 교육에도 나설 계획이다. 

경기도 지원단은 경기도청 유튜브 채널과 경기건축포털(ggarchimap.gg.go.kr)을 통해 ‘집합건물 온라인 토크쇼’ 생중계도 한다. 실시간으로 묻고 답하며 집합건물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줘 호응이 높다.

지방정부 감독 필요하지만 조사·행정처분 권한 법에 규정된 바 없어

◈지자체 건의=지방자치단체의 실무자들은 몰려드는 집합건물 관련 민원을 지켜보며 법령의 한계에 대해 아쉬워한다. 손 주무관과 정 주무관은 “현행법상 지방정부에 조사 및 행정처분 등 권한이 없어 집합건물의 주요 갈등 원인인 관리비 비공개나 과다 부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며 적극적인 행정지원의 어려움을 한목소리로 토로했다. 이들은 “지방정부가 집합건물 관리에 대한 조사·감독 권한을 갖고 법 위반 등 중대한 문제가 있는 곳에 후견적 개입을 통해 견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제도정비를 위한 움직임도 있다. 경기도는 ‘집합건물 관리 개선방안 수립’ 연구용역을 통해 도출된 지자체 권한 강화 등 개선방안을 국회와 법무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경기도 지원단의 임채룡 변호사는 “집합건물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은 모두 그 근본정신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자는 것이고 민주적 의사결정의 핵심은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한 원활한 참여에 있다”고 설명한다. 임 변호사는 “이를 위해 집합건물의 온라인 카페, 게시판 등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집합건물에는 관리업체 및 공사업체 등 선정 시 절차적 통제 규정 등을 마련해 집합건물의 운영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기도 지원단의 김정희 주택관리사는 “집합건물은 나만 쓰는 건물이 아닌 공유건물이므로 합리적인 단체의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며 건물 구성원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단이 이에 관한 기본적인 틀을 마련해놓고 있으므로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소통해 투명하게 집합건물을 관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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