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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큰 도시들은 외곽지의 신도시개발과 부도심이 발달하면서 원도심의 쇠퇴문제와 도시 내부의 불균등발전이라는 도시 관리적 과제에 직면해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도시인구유입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원도심의 인구는 더 감소하고 생활환경이 열악해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한다.1970년대 이후 원도심 및 기성시가지의 쇠퇴현상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주로 도시재개발과 주택재건축이 핵심이었다. 이러한 사업들은 해당지구의 단편적 처방에 그치고 해당 도시 전체의 기능회복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주환경의 재창조라는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도시재생 대상지역은 인구감소, 사업체 수 감소, 생활환경 악화와 관련된 5개 법정지표를 기준으로 선정한다(제13조 및 시행령 제17조). 주요 도시의 도심 인구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서울은 도심인구가 1995~2015년 종로구가 22%, 중구는 10% 감소했다. 부산의 도심지역 인구는 1985~2005년 42% 감소했고 1995~2015년 28% 줄어들었다. 대구, 광주, 대전, 인천의 도심인구도 점차 감소추세며 그중 광주는 무려 33%나 감소했다. 도심지는 인구의 감소뿐 아니라 산업종사자 등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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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규
호수 1276
2022.08.0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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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현장에서 죽은 사람은 노동자 10만 명당 4.3명이었다. 선진국(영국 0.3명, 일본 1.3명, 독일 1.5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OECD 평균(3.1명)을 훌쩍 넘고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실정이다.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데도 안전은 선진국의 30~4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선진국보다 사망 위험이 10~20배 높은 환경에서 일한다. 올해 상반기 7500여 사업장에 대한 안전감독 결과 법 위반 현장이 절반에 이른다. 소득 수준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는데 안전을 무시하는 관행은 좀체 개선되지 않았다.본지 칼럼(2022년 6월 20일자 제1270호)에서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산재예방 정책이 전 정부 정책의 미온적 답습 내지 보완에 머물러 정책의지가 소극적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수립 중이라는 ‘산재감축 로드맵’에 획기적이고 정교한 정책 구상이 담기기를 기대했다.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는 업무보고 중 중대산업재해 감축을 향후 5년간 추진할 3대 핵심 정책의 하나로 제시했다. 요약하면 중대재해 감축 정책 패러다임을 ‘자율·예방’ 중심으로 전환해 ①위험성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율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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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호수 1276
2022.08.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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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의미한다. 가상세계보다는 조금 더 넓은 개념이다. 가상의 사물이나 환경을 현실에 덧입히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그리고 현실과 가상이 접목돼 상호 작용하는 혼합현실(Mixed Reality)도 메타버스의 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메타버스를 가상세계라고 부르더라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메타버스는 비(非)몰입형, 반(半)몰입형, 몰입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구분은 우리가 가상세계에 빠져드는 정도를 기준으로 한다. 비몰입형 메타버스는 현실감이 없는 가상세계다. 나의 아바타는 입체감이 없는 가상세계에서 활동한다. 예전의 싸이월드 같은 것이다. 가상사무실 프로그램인 게더타운(gather.town)도 마찬가지다. 이런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를 평면적으로 시각화하기 때문에 현실감이 없다.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으며 특별하지 않다. 반몰입형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이 모니터를 통해서 가상세계를 체험한다는 점에서는 비몰입형 메타버스와 차이가 없지만, 가상세계에 입체감이 부여되고 사방을 둘러볼 수 있으므로 현실감이 높아진다. 비몰입형 메타버스를 2D 만화영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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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두
호수 1275
2022.07.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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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연일 무더위가 기승이다. 요 며칠간 아침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무겁고 답답한 기운에 ‘아, 더워…’ 짜증을 내며 스르르 잠이 깰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상쾌한 굿모닝이라 할 수는 없다. 그나마 아침나절은 좀 낫다. 오전 9시가 넘어서면 본격적으로 바깥 공기가 후끈후끈해진다. 엄동설한에도 날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환기에 집착하는 나이지만 요즘은 만만치 않다. 창문을 아주 살짝만 열어도 훅 밀려드는 열기로 순식간에 사무실이 열대우림으로 변신하는 통에 환기도 며칠 미뤄두고 있다.게다가 나의 사무실은 슬프게도 중앙집중식 냉방을 하는 건물이다. 오후 6시가 되면 당당하게 온 건물의 냉방이 정지된다. 예외란 없다. 시간을 거슬러 만약 여름에 사무실을 알아봤더라면 지금의 사무실로는 이사를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우리 사무실 건물도 장점은 있다. 바로 연중무휴 24시간 경비인력이 상주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몇 사람의 경비원이 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하고 있다. 다행히 경비실이 위치한 1층 로비에는 별도의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그래서 늦은 시간 야근을 마치고 1층 로비에 이르면 그나마 시원한 공기를 잠깐 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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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변호사
호수 1275
2022.07.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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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면 도시 서민에게 안정된 주택 임차의 보장이 매우 중요하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이 시행됐어도 임차인의 임차료 부담이 크다. 계약갱신권을 사용해도 4년밖에 거주가 보장되지 않는다. 동네에 정을 붙일 때쯤 오르는 전세값과 월세에 밀려 이사 가야 하는 일도 빈번하다. 이런 상황에서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이 좋은 대안이 된다. 그러나 30년 남짓한 짧은 역사의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중 7%대에 그친다. 보편적인 주거모델이 되지 못하며,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는 가구는 입주에 제한이 있다. 협동조합주택 커뮤니티 활발무주택 임차인이라면 더 좋은 모델을 찾을 수 있다.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저렴한 임대료로 한 동네에서 원하는 기간만큼 거주하면서 이웃과 함께 커뮤니티를 이루고 살 수 있는 주택이다. 이것은 민간의 역할을 협동조합이 맡는 구조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민간이 건설해 운영하고 공공이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민간주택사업자가 10년 정도의 기간에 대해 시장가격보다 낮은 임대료로 주택을 공급한다. 협동조합도 이렇게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위스테이다. 주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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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아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호수 1275
2022.07.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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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디자인(UD)’이란 공간이나 사물 등을 연령, 성별, 능력과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최대한 사용하기 편리하게 설계하는 디자인을 말한다. ‘모든 사용자’라고 했지만 가장 불리한 사용자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자나 보행보조기구를 사용하는 노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이들을 포함해 다수의 사용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들의 욕구를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보편적(유니버설)’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주거 공간을 규정하는 법률은 주택법과 건축법이다. 주택법은 주로 아파트에 적용되고 다세대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은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다. 아파트보다 규모가 작은 다세대나 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들은 주차장 면적 등에서 주택법보다 낮은 기준이 적용된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을 위한 ‘장애인 편의 증진법’도 아파트와 다세대나 연립주택에는 일부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소형 주택을 더 쉽게 더 많이 짓도록 하려다보니 장애인의 사각지대가 커지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한국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또 노인 1인 가구의 비중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2019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고령인구는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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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재 대표/유니버설하우징 협동조합
호수 1275
2022.07.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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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회사에서 생각하는 관리란? (346) 꽃이 피어 향기를 내다 비가 와서 떨어진 후에도 은은한 향기가 남는다는 시적 표현을 ‘우여향(雨餘香)’이라고 합니다. 꽃은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 사람을 위해 향기를 내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최선을 다하고 향기를 오랫동안 여러 사람에게 남길 수 있어야 합니다. 1. 냄새와 향기냄새는 코가 느끼는 화학적 감각으로서 단지 서로 다른 것을 구분한다는 의미입니다. 냄새를 구분해 악취(惡臭)는 나쁜 냄새를, 향기(香氣)는 좋은 냄새를 의미하고 영어로도 냄새(Odor), 향기(Fragrance), 악취(Stench) 등으로 구분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보통 먹을 것에 대해서는 향기롭다가 아닌 냄새가 좋다고 하고, 꽃이나 향수는 냄새 좋다가 아닌 향기가 좋다고 합니다. 또 냄새가 난다고 할 때는 평판이나 낌새,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할 때 많이 사용합니다. ‘향 싼 종이는 향내가 나고 생선 묶은 새끼줄에는 비린내가 난다’라는 말처럼 종이도 새끼줄도 원래 자기 본성이 있지만 무엇과 가까이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이처럼 향기로운 사람과 냄새나는 사람은 무엇을 가까이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2. 평판‘평판(評判, Reput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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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호수 1275
2022.07.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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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해서 2019년 부산대 본관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했다. 대학교의 종합상황실은 경비실과는 다른 전자 경비 시스템이 갖춰진 공간이다. 비상 출동 알람이 20~30분 간격으로 울리면 근무자는 알람이 울리는 곳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신속히 출동해 3~5분 이내에 전자 경비 중앙통제실에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2020년 1월 바로 그곳, 부산대 경제통상관에서 장장 5일 동안 변호사 시험을 치렀다. 경제통상관은 유난히 비상 알람이 많이 울렸다. 하루에 최소 세 차례 출동해 현장을 확인했다. 수험생에게 무섭기만 한 시험 장소가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어서 편히 시험을 쳤다. 시험 후 다시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시험 준비로 자금이 바닥나 쉴 틈도 없이 다시 경비원 생활을 시작했다.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대단지의 브랜드 아파트였다. 24시간 교대 근무로 화재 등 비상 출동, 입출 차량 통제, 정기순찰, 주차관리, 음식물 쓰레기통 관리, 민원 응대 등 전자 경비와 고전적인 경비원의 업무가 혼합된 형태였다.주 업무는 인터폰 민원 응대였다. 근무자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층간소음 민원이었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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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성 변호사
호수 1274
2022.07.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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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연습해 좋은 연주를 들려준 오케스트라에게는 감사와 존경을 담아 앙코르를 청합니다. 피나는 노력으로 완성된 혼신의 연주는 사람을 감동하게 만드니 박수를 보내는 것이지요. 수준 높은 관객들은 연주내용을 정확하게 평가한 다음 감동하였을 때만 반응한다고 합니다. 1. 예의상 하는 앙코르는 커튼콜이 아니다공연이 끝나면 모두가 일어나서 열광적으로 박수를 보내고 앙코르를 외치면 연주자의 노력이 관중의 감동이 되는 순간이 됩니다. 그러나 앙코르도 진심어린 감동이 아니라 형식적이고 의례적으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연주가 끝나면 혹독한 비평이 이어지게 됩니다. 관리사무소장이 근무하다 떠나면 입주자대표회의나 직원들이 재직 감사패를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떠나는 소장을 아쉬워하거나 근무하는 동안의 공로에 감사해 주는 것이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감사패를 받고 떠난 소장의 관리실적을 지자체에서 감사할 때입니다. 후임 소장들은 당시의 형편을 잘 알지 못하므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으니 떠나는 소장은 인계하면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히 잘 알려 줘야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고, 감사패가 진정한 자부심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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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호수 1273
2022.07.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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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 첫째 주는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이다. 안전보건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리는 행사로 1968년 시작해 올해 55회째를 맞았다. 올해 슬로건은 ‘일하는 사람이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로 산업현장 사고사망 감축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4일 기념식은 축사, 유공자 포상, 사고사망 감소 결의 퍼포먼스로 구성했다. 진행자조차 ‘정부 포상 전수 행사’라고 할 정도로 대부분의 시간이 포상 전수(傳授)로 메워졌다. 나머지 날에는 여러 주제의 세미나 31건과 안전 및 보건 활동에 우수사례 발표회 12건이 열렸다. 국내외 180개사가 개최한 2만여 건의 안전보건 신기술 전시회도 있었다.기념식 현지 참석자는 많지 않았다. 다행히 유튜브로 중계됐다. 노동단체 대표는 축사에서 여권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움직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영단체 대표는 이 법의 유연한 운용과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행사 기간 내내 있었던 각종 세미나도 이 법을 주제로 한 것이 많았다.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해석 및 질의응답’에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정부의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에 관해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강조주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정부의 책무로 정해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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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호수 1273
2022.07.1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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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여러 공동주택들이 다양한 테마로 입주민 특성에 맞는 사업과 활동을 벌인다. 입주민 화합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이다. 그중 A아파트의 사례를 소개한다. 단지 내 갈등 이슈 해결은 물론, 이후 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입주민 간 화합을 이끌어냈다. A아파트는 중앙난방 효율이 떨어져 입주민들의 민원이 많았다. 중앙난방설비가 있는 단지 중앙부분에 위치한 동은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지낼 정도로 열효율이 높았다. 반면 열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동의 입주민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내야 했다. 배관 노후화 탓이었다.세대별 계량기는 없었다. 두 동 모두 주택 면적별로 동일한 단가의 난방비를 지불해야 했다. 면적이 같으면 같은 금액의 난방비를 부과하는 중앙난방 문제점은 건축경과연수가 오래된 단지에서는 흔히 겪는 문제였다. A아파트 역시 난방방식 변경 등을 둘러싸고 전·현 입주자대표회의 및 부녀회 간 각종 소송과 분쟁이 반복됐다. 입주민 간 폭행 사건까지 여러 차례 발생했다. 단지 분위기가 흉흉하다시피 했다. 이때 문제 의식을 가진 입주민들이 하나둘씩 참여했다. 입대의 교체와 함께 입주민 참여 확대로 단지 내 현안 해결에 나섰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2000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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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난순
호수 1273
2022.07.0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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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금리인상과 부동산에 대한 뉴스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급등 시기에 소위 ‘2030 영끌족’의 아파트 투자 성공기는 미디어의 주요 소재였다. 그들의 영화 같은 성공사례를 들으며 모두가 부러워했다. ‘나는 왜 저런 기회를 또 놓치고 만 걸까’ 자책하고 속상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굳이 뉴스를 찾아볼 것도 없다.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도 어찌어찌 돈을 최대한 끌어 모아 아파트를 결국 사서 1년 사이에 몇 억원이 올랐다는 얘기가 들린다. 역시 자산은 월급이 아니라 부동산으로 쌓는 것이라고들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부동산을 하지 않고 돈을 깔고 앉아 있는 것은 바보’라는 등 우쭐한 성공담과 탄식 섞인 부러움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소위 성공한 ‘영끌족(대출을 영혼까지 끌어 모은 사람들)’은 흐뭇한 마음으로 부동산 앱에 수시로 들어가 수억씩 올라간 자신의 집값을 확인했을 것이다. ‘아, 나도 얼추 부자 반열에 올랐구나’하는 안도감과 예전보다 부자가 되어버린 자의 편안한 여유를 즐겼을 것이다. 그 와중에 아파트 구매를 주저하는 사람도 사실 많다. ‘남들 하는 걸 보면 나도 사야할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지금이 상투 끝이면 어쩌지? 만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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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변호사
호수 1272
2022.07.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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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전국 17개 시도에서 이뤄진 전체 임대차 거래량은 34만8066건이다. 이중 전세가 42.2%, 월세가 57.8%이다. 월세가 전세를 추월한 경우는 사상 처음이다전세는 임차인이 주택 소유자(임대인)에게 전세금을 예탁하는 조건으로 주택을 임차한 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전세금을 100% 돌려받는 제도다. 외국에서 보기 드문 한국의 독특한 주택임대차 관습과 주거문화를 반영한다. 전세시스템은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도입한 제도가 아니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사적금융제도다. 특히 1960~70년대는 은행 문턱이 높아 일반인들이 제도권 은행에서 목돈 대출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들었던 시기로 전세가 성행하기 시작했다.전세제도가 오랜 세월 지속돼온 이유는 집주인이 이 돈을 사업자금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전세금으로 재테크를 해 얻은 수익금이 월세를 대신하는 셈이다. 여유가 있는 임대인은 목돈인 전세보증금을 끼고 또 다른 집을 매입해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는 자본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임차인에게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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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규
호수 1272
2022.07.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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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기업들은 지나친 경쟁을 통한 덤핑을 막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연합체 활동을 했습니다. 카르텔(Cartel)은 기업끼리 연합해 생산·판매를 조절하는 것이고, 트러스트(Trust)는 동종 기업끼리 합동경영이나 합병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것으로 모두 공정거래법상 불법행위입니다. 콘체른(Konzern)은 지주회사 형태의 자본 제휴를 통해 재벌 형태의 기업결합을 의미합니다. 생산자의 독과점을 공정거래법으로 막고는 있지만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까요? 1. 품앗이, 두레는 공동생산, 향약은 상호부조 활동이다생산자 연합에 대항해 소비자 운동이 1844년부터 영국에서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자본의 이익독점에 대항해 빈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품앗이는 노동력 부족을 공동활동으로 최소화하려는 것이고, 두레는 마을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향약은 상호부조를 통해 부의 독점을 막자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기술의 발전으로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여러 기업이 생기게 됐고 기업은 기존 이익을 지키기 위해 자본과 경영으로 노동을 지배하면서 노동조합
전문가 기고
김경렬
호수 1271
2022.06.2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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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년 가까이 아파트 등의 경비원으로 일했다. 2교대로 일해가며 공부한 끝에 50대 중반에 변호사가 됐다. 나름 특이한 경력 덕에 6·1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에 당선됐다.아파트 경비원으로서 겪은 일들은 내가 성숙한 사회인이 되게 하는 바탕이 됐다. 경비원은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이런 사실을 우리 공동체가 기억해 주면 좋겠다. 누구보다 경비원의 힘든 삶을 이해하는 내가 앞으로 경비원의 처우 개선에 도움을 주고 싶다.돌아보니 1994년이었다. 당시 행정고시 1차 시험에 합격해 앞으로 1년이면 끝내겠다고 확신했다. 젊은 고시생은 이듬해 2차 시험을 치른 후 자신감에 넘쳐 결혼까지 했지만 들려온 것은 낙방 소식이었다. 고시를 포기할 용기도 없었다. 1997년 행정고시 1차에 또 합격했지만 소수점 이하의 점수 차이로 불합격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앞은 캄캄했고 퇴로도 없었다. 권리금 없이 나온 프랜차이즈 치킨점을 운영하면서 주경야독했다. 돈을 벌게 되니 고시 합격의 꿈은 멀어져만 갔다.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잘 되던 치킨점을 정리했다. 2002년 법원행정고등고시와 2003년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다. 고시 2관왕을 꿈꿨지만 모두 2차에 불합격하고 말았다. 두
전문가 기고
권진성 변호사
호수 1271
2022.06.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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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부동산은 가상세계 속에 존재하는 부동산을 말한다. 가상세계 속의 모든 물건은 디지털부호에 불과하지만 가상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투영하기 때문에 그 속의 물건도 동산과 부동산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나는 나를 투영한 아바타를 통해서 가상세계에서 활동하게 되는데, 그 아바타들은 가상부동산이라는 공간에서 활동하게 된다. 물론 아바타들이 빈공간 속에 둥둥 떠서 활동할 수도 있다.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열풍이 불면서 가상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 디센트럴랜드라는 사이트에서는 약 9만개의 조각으로 나뉜 가상공간의 토지를 매수할 수 있다. 토지를 매수하기 위해서는 마나(MANA)라는 코인을 지급해야 한다. 새로운 창작물인 가상부동산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세계를 그대로 옮겨 놓은 가상부동산을 매매하는 경우도 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어스2(EARTH2)는 현실을 가상세계에 그대로 옮겨 놓았다. 구글은 가상토지를 구획해 구획단위로 팔고 있다. 인기있는 지역은 이미 모두 팔렸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아직 아무도 구매하지 않았는데, 100만 원 정도 지불하면 단지를 통째로 구매할 수 있다. 넥스트어스(Next Earth)도 현실을 그대
전문가 기고
김영두
호수 1271
2022.06.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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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정책은 ‘새 정부 110대 과제’ 중 ‘산업재해 예방강화 및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제 구축지원’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여섯 개 항목이 수록돼 있다. 잘 된 것은 놔두고 아쉬운 점만 지적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제시된 것이 중대재해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추진과제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사망을 비롯한 중상해 사고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겠는데, 목표는 앞으로 설정해보겠다는 셈이다. 새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소극적인 행보다. 아마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의식했을 수도 있다. 문 정부는 ‘국민생명 지키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수치 목표를 제시했으나 목표의 15% 달성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말았다. 새 정부는 향후 과감한 총량 목표와 함께 지역별 감축 목표의 달성 정도를 기관장 및 안전감독관 개인별 성과에 연동해 인사고과·승진·성과급 등에 반영해야 효과적이다.윤 정부는 맞춤형 예방 프로그램 개발, 웨어러블 로봇과 같은 스마트 안전장치·설비 보급 등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사업을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범용성 있는 안전장비(HW 및 SW)의 개발 보급과 같은 사업이야말로 정부의
전문가 기고
김윤배
호수 1270
2022.06.2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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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은 크게 자치관리와 위탁관리로 나뉜다(공동주택관리법 제5조 제1항). 자치관리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사무소장을 선임하고 법정 기술인력 및 장비를 갖춘 자치관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법 제6조 제1항). 위탁관리의 경우 법정 선정지침에 따라 주택관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법 제7조 제1항).이러한 공동주택 관리방법의 결정 또는 변경은 ①입대의의 의결로 제안하고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찬성하거나 ②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이 서면으로 제안하고 전체 입주자 등의 과반수가 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다(시행령 제3조).우선 자치관리의 경우 자치관리기구는 입대의에 의해 일정한 기술인력 및 장비를 갖춰 구성되고 입대의의 감독을 받는다.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 내지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과 자치관리기구의 직원은 입대의에 의해 임면된다. 그리고 자치관리기구의 대표자 내지 관리주체인 소장은 입대의에서 의결한 공동주택의 관리업무 등을 집행하고 공용부분의 유지·보수 등 업무를 담당한다.이에 따라 자치관리의 소장이 체결한 계약 상 권리와 의무는 당사자인 입대의에게 귀속된다. 자치관리로 공동주택의 관리방법을 정한 아파트에 있어 자치관리기구 및 관리주체인
전문가 기고
장혁순 변호사
호수 1269
2022.06.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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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는 벌목의 곤충이지요. 벌레나 곤충이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개미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베짱이보다는 낫다고 한답니다. 개미는 자기 몸무게의 30~40배의 무게를 들 수 있고 대체로 성실·협동·노력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철저한 협동과 배신 없는 분업은 사람의 사회생활에서도 부러워합니다. 1. 할 일을 바르게 행하는 개미개미를 한자로는 ‘의(蟻)’라고 쓰는데 옳은 일을 하는 벌레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진딧물을 지켜주고 단것을 얻으며 공격을 당하면 무리를 위해 목숨을 바쳐서 싸웁니다. 먹이를 구하면 모두 모아 공평하게 나눠 먹고 버섯 같은 곰팡이류를 재배하기도 합니다.개미의 사회생활도 사람과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평소에는 분업화된 각자의 일을 하다가 조직이 위험에 처하면 전체가 단결해 위험에 대처하는데 이때 개미와 사람의 행동은 차이가 납니다. 개미는 생명을 걸고 사람은 이익에 따라 편을 가릅니다. 조직에 대한 충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사람이 개미보다 못하다고도 합니다. 오죽하면 배신을 경고하는 의미에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격언까지 있을까요? 2. 사람은 소신을, 개미는 원칙을 따른다개미는 부여된 임
전문가 기고
김경렬
호수 1269
2022.06.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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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에서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은 20년 넘게 해왔다. 다행히 지난 10년간 공동주택의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시도와 변화는 주거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2000년대부터 커뮤니티 카페, 피트니스 센터, 연회장, 탁구실,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둔 아파트가 선을 보였다. 이들은 단순히 주거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간인가, 아니면 이웃과 교류하는 공동체 촉진 공간인가. 공간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공간만 있고 이웃은 없는 게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 최근 청년주거, 신혼부부주거, 고령자주거, 여성안심주택, 1인가구주거 등 대상자별 맞춤식 주택들이 공급되고 있다. 공동체주택, 사회주택 등도 새로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공동체, 소통, 공유, 참여 등의 키워드를 달고 있다. 학술적으로는 공유주거 등 주거공동체를 의미하는 주거 모델에 대한 제시와 함께, 해외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코하우징(Co-housing) 등이 오래전부터 소개돼왔다. 함께 모여살기를 선택한 이들이 추구하는 건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적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이웃과
전문가 기고
은난순
호수 1269
2022.06.13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