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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것이 못난 것이술을 마시네 술의 뼈가 목에 걸려눈이 오면 온다고비가 오면 온다고울적하면 울적하다고술을 마시네 마음의 문을 닫아도 활짝 열어도들려오는 너의 음성 맑은 눈빛나는 잘 들었네 아니 귀를 막았네듣기로니 무엇하랴찰나의 질곡에 빠져허우적거리고만 있는못난 것이 못난 것이네가 정성을 들여 그린주름살 다 빼버린 그림을마루 벽에 걸다 말고아니, 이게 다 누구여! 몽롱한 의식 속에흔들리며 쏟아지는나의 영혼은 차라리황홀한 슬픔이었나 못난 것이 못난 것이술을 마시네 정을 마시네사랑을 마시네 아, 너를 마시네
감성시대
박영수
호수 1277
2022.08.10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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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호’가 환율전쟁의 파고(波高)로 휘청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년여 만에 1300원 대로 최고치를 기록하면서다. 그야말로 ‘슈퍼달러’시대다. ‘달러(Dollar)’는 미국의 통화면서 세계를 호령한다. 지구촌 어디서나 자국 화폐처럼 쓸 수 있는 화폐로 달러가 단연 최고다. 달러는 1944년 국제통화기금(IMF) 창설과 함께 파운드화를 대체하는 주요 국제 결제수단으로 채택된 이후 현재까지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달러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뜻밖에도 미국이 아니다. 달러는 원래 유럽 국가에서 통용됐던 은화를 가리키는 용어였다. 이 은화의 원조가 독일에서 화폐로 쓰던 ‘요아힘스탈러(Joachimsthaler)’다. ‘탈러(Thaler)’라고도 한다.‘탈러’라는 이름은 지금의 체코 영토인 보헤미아 지방의 성 요아힘(St. Joachim)의 작은 골짜기에서 유래한다. 요아힘 계곡이라는 뜻의 ‘요아힘스탈’은 보헤미안 마을의 야히모프에 있었다. 16세기 초 보헤미아가 신성로마 제국에 편입되면서 야히모프도 자연스레 독일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중세 보헤미아 지역은 은(銀)의 보고였다. 당시 프로이덴슈타인 성에서 여러 지역을 관할했던 쉬릭 백작이 이
김규회의 色다른 상식
김규회
호수 1277
2022.08.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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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문학의 산실인 정자 모여있어담양은 정자원림의 고장이다. 명옥헌, 소쇄원, 식영정, 면앙정, 송강정, 환벽당, 독수정 등 가사(歌詞)문학의 산실이 됐던 정자가 모두 이 지방에 있다. 지금의 광주호 주변을 가사문학권으로 분류한다. 가사는 조선에서 시조와 함께 처음에는 노래로 불렸고 양반 여자들 사이 유행했다는 문학양식이다. 광주호는 광주북구와 전남 담양의 경계에 있다. 무등산의 물이 광주호를 거쳐 중앙천으로 흐른다. 지금처럼 수몰되기 전에는 ‘자미탄(紫薇灘)’이라고 불렀다. 자미탄(紫薇灘)은 수면에 떨어진 배롱나무 붉은 꽃송이의 아름다운 여울을 표현한 것이다. 붉은 꽃이 피는 배롱나무는 꽃이 백일동안 피어있다고 목(木)백일홍이라고도 부르며 ‘자미화(紫薇花)’라고도 한다. 담양의 여름은 배롱나무 붉은 꽃으로 물든다. 주로 서원이나 사찰 경내에 심어진 배롱나무는 늦여름 꽃이 질 때면 붉은 꽃비가 돼 정원 곳곳에 흩날린다. 떨어진 꽃잎이 고즈넉한 연못 위에 내려앉으면 붉은 융단으로 연못을 물들인다. 그 옛날 빨간 꽃 흐드러진 자미탄과 정자가 있는 원림(園林)이 그려진다. 지금 여름의 명옥헌 원림에는 수백 년 된 배롱나무 붉은 꽃이 한창이다. 명옥헌은 전라남도 담양
테마여행
이성영
호수 1277
2022.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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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은 어설프다. 직장이나 조직에 첫발을 내디딘 후 적응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들은 친절한 누군가가 자신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생각한다. 저자는 충고한다. “환상을 접으라.” 그 누군가가 어딘가에 있겠지만 내가 속한 조직에 있을 확률은 희박하니까.회사에서 정말 친절하고 체계적으로 잘 가르쳐주고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사람을 만났다고 치자. 그는 일터를 소명으로 생각하는 종교인이거나 당신을 자기 자리에 성공적으로 꽂아두고 잽싸게 퇴사하려는 사람일 수 있다. 조직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연차가 쌓인다. 하지만 성장 여부는 개인의 역량에 달렸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용하면서 커리어를 쌓은 저자는 조직의 후광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 역량을 키우는 비법을 그동안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 고만고만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끝내주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사람이 개미처럼 부지런히 포인트 점수를 10점 쌓을 때, 멋진 아이디어로 단숨에 100점을 쌓는 부류들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좋은 아이디어 요소는 매력적인 인물과 흥미진진한 사건이다.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사람이 공감할 만한 것과 의외성이 핵심이다. 업무 중에 틈틈이
감성시대
윤필
호수 1276
2022.08.05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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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품종은 크게 아라비카(Arabica), 로부스타(Robusta), 리베리카(Liberica)로 분류한다. 아라비카의 원산지는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해발 1000~2000m의 고지에 적합한 품종이다. 현재 아라비카가 세계 원두 생산의 60~70%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다. 아라비카는 신맛이 강하고, 꽃과 같은 달콤한 플로럴(floral) 향이 난다. 서리·건조·병충해 등에 약해서 재배가 어려운 품종이기도 하다. 아라비카 중에서 대표적인 품종은 티피카(Typica), 버번(Bourbon), 문도 노보(Mundo Novo), 카투라(Caturra), 카투아이(Catuai), 게이샤(Geisha), 아마렐로(Amarelo) 등을 들 수 있다. 커피에 왜 게이샤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게이샤(藝者)는 전통무용·음악·시 등에 능통한 일본의 기생을 말한다. ‘기생 게이샤’와 ‘커피 게이샤’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음만 같을 뿐 아무런 관련이 없다. 파나마 게이샤, 국제 품평회에서 줄곧 1위게이샤 커피는 파나마의 보케테(Boquete) 지역에서 나온다. 에티오피아 남서부 카파(Kaffa) 지방에서 1931년 분리된 아비시니아(Abyssnia)의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76
2022.07.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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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만 보 걷기를 실천할 때 흔히 등장하는 방법이 대중교통 이용하기다. 지하철은 역이 멀리 있기도 하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고, 갈아타면서 많이 걸을 수밖에 없는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을 애용한다는 것만으로도 건강생활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사실 걷는 것을 운동으로 인정하기 힘들다. ‘운동’하는 사람은 지하철에서 뭔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슬기로운 체육생활, 이제 시작해 보자. 먼저 하체운동. 지하철을 타면 앉지 말고 서서 가자. 가능하면 여유가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고 버티고 선다. 손잡이도 잡지 않는다. 출렁출렁 흔들흔들 움직이는 지하철의 진동을 느끼면서 중심을 잡는 훈련을 한다. 발로 버티므로 종아리 근육을 많이 사용하게 되고, 익숙해질 때 힘을 뺀 상태에서 지하철 진동의 역방향으로 다리에 힘을 주며 버티는 훈련을 한다. 근력과 순발력, 균형감 훈련으로 더없이 좋다. 다음에는 한 발씩 힘을 줘 버틴다. 짝다리 짚기는 관절에 좋지 않다. 한 발로 선다는 마음으로 한 발에만 힘을 주고 선다. 힘을 준 쪽의 무릎을 살짝 구부려야 한다. 힘을 준 다리에 90%의 체중을, 다른 쪽에 10%의 체중만으로 균형만 잡는다 생각
라이프
최윤호
호수 1276
2022.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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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구리, 고양, 파주 등 주로 서울 밖 경기 지역에 있는 능들을 둘러봤는데, 오늘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능 한 곳을 찾아간다.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정릉이다. 서울에 정릉이란 이름의 능 두 기가 있다. 태조의 왕비 신덕왕후 강 씨의 정릉(貞陵)과 강남 한복판 선·정릉 내에 있는 중종의 정릉(靖陵)이다. 오늘은 앞의 정릉을 살펴본다.조선의 도읍 한양(漢陽)의 공식 명칭은 한성부(漢城府)였다. 지금의 서울에 비하면 매우 좁았다. 동·서·남·북으로 난 사대문(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의 안쪽 지역을 뜻하는 ‘사대문 안’과 사대문 밖 10리(약 4㎞) 이내 지역을 말하는 ‘성저십리(城底十里)’가 한성부에 해당했다. 강남 등 오늘날 서울의 많은 지역이 조선시대에는 모두 성외(城外) 지역으로 경기도였다.현재 행정구역상 서울에 소재한 헌·인릉(서초구), 선·정릉(강남구), 태·강릉(노원구), 의릉 및 정릉(성북구) 등도 조선 당대에는 모두 도성 밖 경기도에 속해 있었다. 고려 때부터 도성 안에는 능묘를 쓰지 못하게 했던 원칙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덕왕후의 정릉은 원래 도성 한복판에 있었다.태조 이성계는 조선 건국 이전에 두 명의 정실부인을 뒀다. 훗날 신
유병갑의 조선왕릉 산책
유병갑
호수 1276
2022.07.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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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 볼 때마다거대한 절벽·계곡 떠올라빛이 닿는곳 의식하면더 사실적으로 그려져“아파트는 으레 흉물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아파트에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홍성우 작가는 “아파트를 그린 3D 그래픽 작품을 공개한 이후 가장 기분이 좋았던 피드백”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작품을 통해 아파트에 대한 관객의 인식을 바꿨다. 그간 아파트 미술 작품은 급속한 도시화의 이면과 함축된 역사적 의미를 주로 다뤄왔다.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 홍 작가는 아파트의 지역적 맥락이나 의미보다는 조형적 요소에 집중한다. 그래서 지역이나 아파트 브랜드는 드러내지 않는다. 홍성우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그림이다. 해가 질 무렵부터 완전히 질 때까지 빨리 감기 해 만든 영상이다. 조형적인 리듬감이 잘 표현돼 있다. 크고 작은 그림자, 진하거나 잔잔한 그림자 등의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표현이 됐다. (3D 그래픽 영상) 출처: 홍성우 왜 아파트를 그리나.“과거에는 아파트라는 건물 자체에 관심이 아예 없었다. 수도권에 사는 저에게 아파트란 어떤 동네에서든 볼 수 있는 흔하고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어느 가을날 오후 4시쯤 해가 지고 있을 때였다. 프리랜서인
라이프
김지혜 기자
호수 1275
2022.07.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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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이나 아파트 발코니에서 멕시코산 몬스테라, 인도산 벤자민고무나무, 아프리카산 산세베리아 등을 많이 키운다. 모두 잎이 예쁜 열대식물로 한국인이 선호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꽃과 열매를 본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원래는 강한 햇빛과 높은 기온 속에서 거대하게 자랄 수 있지만 부족한 햇빛과 미지근한 온도에서는 더디게 큰다. 적합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꽃도 열매도 꿈꿀 수 없다. 그만큼 우리는 식물을 잘 모른다는 말이다.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식물을 연구하는 화가로 특이하게 ‘식물상담소’를 열고 있는 저자는 식물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만나는 상담자들을 통해 덤으로 사람 사는 모습을 배운다. 식물을 키우는 초보자가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리는 것이다. 물을 뿌리면 촉촉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지만 정말로 식물에 물을 주려면 뿌리에 줘야 한다. 육상식물은 뿌리가 물을 흡수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진화됐다. 그러니 구석구석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보다 가끔 한 컵의 물을 흙에 부어주는 것이 훨씬 낫다. 이전에는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하고 나서야 식물에 눈을 뜨는 사람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 연령층이 급속
감성시대
윤필
호수 1274
2022.07.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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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년 태조의 건원릉을 필두로 한 동구릉 아홉 기의 능 중 19세기 중반 이후 조성된 두 기가 있다. 20대 초에 요절한 아버지와 아들의 사연이 묻혀있는 수릉과 경릉이다. 강인한 군주 자질 보이며 인재 등용했지만수릉(綏陵)은 추존 문조익황제(文祖翼皇帝)와 신정익황후(神貞翼皇后) 조씨의 합장릉이다. 효명세자로 더 잘 알려진 추존 황제 문조(1809~1830)는 순조와 순원황후 김씨의 외아들로 1809년(순조 9)에 태어났다.1812년(순조 12) 네 살 때 왕세자로 책봉됐는데, 숙종 이후 처음으로 정실 왕비에게서 나은 원자가 세자로 책봉된 경우다. 그는 1819년(순조 19) 풍은부원군 조만영(趙萬永)의 딸을 세자빈으로 맞이했다. 훗날 고종 때 수렴청정을 한 조대비다.병치레가 잦아 정사를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순조는 1827년(순조 27) 왕세자의 청정(廳政·대리청정)을 명했다. 선위나 대리청정 선언은 임금의 신하들에 대한 군기 잡기나 충성심 테스트 수단으로 종종 이용됐다. 이를 덥석 받아들였다가는 자칫 불충이나 심하면 역심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따라서 임금의 건강 상태로 봐 불가피하더라도 한 두 번쯤은 반대하거나 고사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유병갑의 조선왕릉 산책
유병갑
호수 1274
2022.07.1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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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의 나라에서도 커피가 생산된다고?”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파푸아뉴기니에 대한 일반적 인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 식인종은 없다. 파푸아뉴기니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다. 커피의 역사는 짧지만 질 좋은 커피가 생산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기니섬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파푸아뉴기니의 면적은 주변 섬을 합치면 약 46만㎢에 달한다. 현재 인구는 930만 명이다.해발 4509m의 빌헬름 산(Mount Wilhelm)은 파푸아뉴기니에서 가장 높다. 커피 재배는 해발 1500~2000m 지역에서 이뤄진다. 해발 고도가 높아 밤낮의 기온 차가 심하고 토양은 화산지대여서 미네랄이 풍부하다. 우기와 건기가 있으며 열대성 몬순의 영향으로 연간 강우량은 2000㎜전후다. 커피 재배에 매우 적합한 자연 환경이다.현지에서 처음 씹어본 ‘커피체리’필자는 2011년 파푸아뉴기니를 처음 방문했다. 커피 홍보 자료를 구하기 위해 일주일을 체류했다. 파푸아뉴기니 수도인 포트모르즈비(Port Moresby)에서 384㎞ 떨어진 고로카(Goroka)가 이 나라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다. 매년 5월 커피 축제가 열리는 이곳은 ‘커피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74
2022.07.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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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랑받는 음료다. 한국에서도 물론 그렇다. 미국의 시애틀은 커피의 도시고, 내 고향 강릉도 커피의 도시다. 미국의 시애틀이 스타벅스의 고향으로 세계적 커피 도시가 된 데에는 날씨도 한몫했단다. 호수의 도시 시애틀은 날씨가 온화하고 아름답지만, 비가 많이 온다. 그러니 갓 내린 커피의 뜨거움과 향기로움은 일상의 위로가 된다.강릉이 대한민국 커피 수도가 된 것은 특정인과 특정 브랜드의 힘이 컸지만, 아름다운 동해 풍광도 한몫했으리라. ‘테라로사’라는 커피 공장에서 아주 좋은 커피콩을 수입하고 제대로 볶아 이른바 브랜드 커피보다 맛있고 우아한 커피를 한국 전역에 알렸다. 그래서 개성 있는 커피집들이 하나씩 생겨났고, 마침내 커피거리까지 생겼다. 안목이라는 작은 항구는 아예 커피 빌딩들로만 해수욕장 해변이 가득 차 있을 정도다. ‘7번 국도에는 커피향이 흐른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솔향 강릉이라고 하는데, 커피향이 더 짙어졌다. 그만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커피는 아주 오래전엔 신비로운 음료였고, 한때는 서양문화를 알리는 첨병이었으며 요즘엔 건강음료다. 흔히들 카페인 때문에 민감해하고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어 건
라이프
최윤호
호수 1274
2022.07.1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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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파트들을 위해 기념비를 세워주는 사람이 있다. 정재호 화가다. 그는 정직하게, 꾸밈을 배제하고 사실 묘사에 집중한다. 종이나 한지에 먹과 아크릴릭 물감을 사용해 벽면의 오래된 얼룩과 찌든 때까지도 세밀하게 묘사해낸다.정 작가가 바라본 1960~1970년대 서울의 아파트에는 한국의 역사가 담겨 있다. 국가 주도의 대규모 개발로 고도성장을 이뤄낸 서울의 낡아버린 모습이 정 작가의 눈에 들어왔다. 한때 경제성장의 상징이었고 누군가에겐 희망이었고 한 가족의 모든 기록이 담겼던 집, 아파트를 붓으로 기록하는 작업에 나섰다. 정 작가는 대학원 시절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이 멋있다고 느껴 도시 풍경을 자주 그렸다. 그때 자주 다니던 자하문터널 위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 풍경이 낯선 모습으로 다가왔다. 정 작가는 “산길을 걸어 가봤더니 청운동 시민아파트가 철거를 앞두고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그걸 보는 순간 30년간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담았던 이 아파트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한다.1971년생인 정 작가는 근대화의 상징인 아파트들과 함께 컸다. 그에겐 아파트가 친구고, 그는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그 친구들을
라이프
김지혜 기자
호수 1273
2022.07.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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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전남 화순을 여행하면서 버킷리스트에 담아놓은 곳이 있다. 화순의 적벽 중 장항의 노루목적벽은 추석 연휴 때만 성묘객을 위해 잠시 개방하는 곳이다. 언젠가는 이곳을 꼭 보리라고 마음먹었다. 그곳은 1985년 광주 시민의 상수원인 동복댐이 건설되기 전만 해도 여름철이면 피서객으로 북적였다. 그전에는 적벽 아래 흐르는 동복천을 뗏목을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동복댐이 들어서면서 적벽 일부를 비롯해 인근 15개 마을이 수몰돼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비밀의 적벽으로 남아 있었다. 2015년 30년 만에 노루목적벽이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적벽으로 가는 길은 출입통제소를 지나 산길 임도로 4.5㎞의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를 따라서 차를 타고도 한참을 간다. 시인 묵객들의 발길 끊이지 않아동복호는 철홍산성을 감싸고 돌면서 천혜의 장관을 연출한다. 동복천 상류인 창랑천(滄浪川)과 무등산에서 발원한 영신천(靈神川)이 합류한다. 크고 작은 수려한 절벽은 장항리의 노루목적벽, 창랑리에 있는 창랑적벽, 물염정이 있는 물염적벽 등 7㎞에 이르는 적벽을 형성하고 있다. 화순적벽 가운데 최고 절경으로는 이서면 장항리의 노루목적벽을 꼽는다. 1519
테마여행
이성영
호수 1273
2022.07.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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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집은 곧 아파트로 통한다. 살기 편한 것은 물론 든든한 자산이기 때문에 가격에 일희일비한다. 한옥은 갈수록 뒷방 늙은이처럼 외면받는다. 여행지에서 하룻밤이나 아이들과 한옥 체험을 할 경우가 아니면 묵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집을 지어 본 사람들, 특히 한옥을 신축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가 왜 시작했을까’ 후회하고 ‘최소 10년은 더 늙었다’고 한탄한다. 그만큼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어려움이 숱하게 닥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울 서촌에서 겁도 없이 이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연인과 함께 경복궁 서쪽 동네 지붕이 무너져 내린 한옥 한 채를 사면서부터 지옥행 급행열차에 오른다. 첫 번째 충격은 집 앞 너른 마당과 4m의 폭을 자랑하는 골목길에 있는 집이 알고 보니 맹지(공로에 접한 부분이 없는 토지)였다. 번듯하게 난 도로는 동네에서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쓰고 있는 이른바 현황도로였다. 도로에 건축허가를 내줘서 건물이 들어설 일이 없지만, 문제는 새로운 건축행위다. 건축법상 땅이 길과 연결돼 있어야 건축할 수 있다. 주인의 토지사용승낙서를 받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오랫동안 고민 끝에 뒷조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집 앞 골목길이 197
감성시대
윤필
호수 1272
2022.07.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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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주말, 서울 북악산 백악마루와 인왕산을 올랐다. 거리두기가 풀린 터라 사람이 많을 것은 생각했는데,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청와대 개방이었다.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구경 오는 많은 사람이 그 위로 이어진 북악산, 인왕산에 등산을 간다. 그러니 백악마루 인근은 인산인해다. 문제는 등산인이라고 하기 어려운 일반인들이 여러 명 어울려 산을 탄다는 것. 다들 엄청난 장비를 갖추고 무리 지어 왁자지껄하다. 작은 산, 낮은 언덕이니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다지 지치지도 않는다. 그러니 자신들의 과거 무용담에 열심이다. 좋다. 다 좋다. 모처럼 산에 오르고, 청와대라는 권부의 이면을 보고 난 뒤의 등산이다 보니 호승심이 하늘을 찌른다. 솟구치는 자존감을 만끽하시라. 그거면 기분도 좋아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지킬 것은 있다. 청와대 경내에서 했던 것처럼 산책이나 등산을 하더라도 배려가 필요하다. 오늘은 한 줄 서기와 스틱 이야기만 해보자.여러 명이 함께 등산하다 보면 일행이 몰려다닌다. 산악인들은 대체로 일행이 있더라도 자기 속도를 유지하면서 개별적으로 등반을 한다. 모처럼의 모임으로 나선 사람들은 남들이 지나가든 말든, 앞에서 사람이 오든 말든
라이프
최윤호
호수 1272
2022.07.0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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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지난 연말에 이어 반년 만에 동구릉을 다시 찾았다. 낯선 방문객을 경계라도 하듯 산새가 쉴새 없이 지저귀고 이따금 꿩이 우는 소리가 초여름 동구릉 숲길의 정적을 깬다. 동구릉 아홉 기의 능 중에서 이미 소개한 다섯 외에 남은 네 기의 능을 이번 호와 다음 호, 두 차례에 걸쳐 안내한다. 오늘은 왕 없이 왕후 홀로 외로이 잠든 두 능으로 향한다. 휘릉,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의 능인조에게는 인열왕후와 장렬왕후, 두 명의 왕비가 있었다. 첫 번째 왕비 인열왕후 한씨는 1635년(인조 13) 여섯 번째 아들을 낳고 산후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파주(운천리)에 장사지냈는데, 이때 인조의 능자리도 미리 마련해뒀다. 그 후 1649년 인조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 곁에 쌍릉 형태로 능을 조성했다. 장릉에 화재가 자주 일어났고 능침 사이에 뱀이 똬리를 트는 변이 계속되자 1731년(영조 7) 지금의 파주(탄현면 갈현리) 장릉 자리로 천장하면서 합장릉으로 만들었다.원비 인열왕후가 죽은 지 2년 후 대신들은 조속히 계비를 맞아들일 것을 건의했다. 인조는 계비를 들이는 일이 국가에 유익하기보다는 해독이 크고 인열왕후의 3년 상도 끝나지 않았다며 재취하지 않겠다는 뜻을
유병갑의 조선왕릉 산책
유병갑
호수 1272
2022.07.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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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커피에 매혹됐다. 나폴레옹은 왜 맛도 없고 색깔도 거무튀튀한 독특한 음료에 매료됐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영양분이 거의 없는데도 왠지 힘이 나는 음료였기 때문이다”일본의 무스이 류이치로(臼井隆一 郎 ·76) 도쿄대 명예교수의 저서 는 이렇게 시작된다. 저자는 ‘커피와 권력이 서로를 갈망하고 이용하며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꿨다’고 봤다.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며 세계인의 기호품으로 일찍이 자리 잡은 커피. 그만의 역사에는 씨앗이나 묘목을 훔쳐서 자기 나라로 가져간 사람도 있었다. 불륜을 저지르며 커피 씨앗을 공공연하게 자기 나라로 가져간 사람도 있었다. 인도 승려 바바 부단(Baba Budan)은 1600년 중동에서 커피 씨앗 7개를 허리춤에 숨겨서 마이소어 지역에 옮겨 심었다. 네덜란드는 1616년 모카에서 커피 묘목을 훔쳐 자국의 식민지 자바에 심었다. 커피나무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컸다.커피나무 가지 하나가 1800만 그루로프랑스 해군 연대장 가브리엘 드 클리외(Gabriel de Clieu)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루이 14세의 온실에서 자라던 커피나무의 가지 하나를 훔쳐 카리브 해의 마르티니크(Martin
장상인의 커피 한잔
장상인
호수 1272
2022.07.0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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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다음 날 버스를 타고 대서양과 맞닿아있는 피스테라(Fisterra)와 묵시아(Muxia)에 다녀왔다. 피스테라라는 이름은 갈리시아어로 '땅끝'이라는 의미다. 스페인어로는 피니스테레(Finisterre)라고 한다. 산티아고까지 걸어온 순례자 중 일부는 피스테라까지 걷는다. 산티아고에서 사나흘 정도 더 걸어야 한다. 산티아고에서 본 ‘남은 거리 0km’ 표지석이 피스테라와 묵시아에도 세워져 있다.피스테라는 성인의 발자취가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야고보 성인이 이곳에 살던 켈트인들에게 기독교를 전한 일화가 남아 있다. 야고보 성인이 예루살렘에서 순교하신 후 제자들에 의해 유해가 수습되고 배에 실려 피스테라에 닿았다고 한다. 이른 아침 산티아고에서 피스테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가 부슬부슬 왔다. 오늘도 다니면서 비 좀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해가 나고 맑아졌다.피스테라와 묵시아는 대서양에 접해있어 바람이 세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오늘은 바람도 잠잠했다. 하늘이 순례자들을 돕는다고 생각했다. 좋은 날씨 덕분에 성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느낄 수 있었다. 피스테라에는 순례자들이 자신의 신발이나 옷가지를
산티아고, 나를 비우는 길
최광락
호수 1272
2022.06.2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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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 충정아파트가 머지않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37년 준공된 서울 충정로3가의 충정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 일본인에 의해 지어진 최초의 아파트기도 하다. 오래된 아파트는 사진작가 최중원의 눈을 자극한다. 그는 1세대 아파트 현장을 찾아 카메라를 들이댄다. 충정아파트 역시 그의 프레임으로 들어갔다. 약 9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청록색 건물.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충정아파트는 일본인 도요타 다네오(豐田種松)가 설계해 그의 이름을 따 도요타아파트 또는 풍전아파트로 불렸다. 이전의 공동주택들은 대부분 기숙사나 관사 형태고 3층을 넘지 않았다. 도요타아파트는 일반인 52세대의 세입자를 받은 4층 건물이어서 특색이 있었다. 한국전쟁 때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합동고문단 본부로 사용되기도 했고 유엔의 전용 호텔로 사용된 적도 있다. 전후 김병조라는 사기꾼이 ‘아들 6형제를 6.25 때 모두 나라에 바쳤다’는 주장으로 미군으로부터 아파트를 통째로 불하받아 호텔영업을 했다. 결국 그는 거짓말이 탄로 나 구속됐고 아파트는 몰수당했다가 민간에 매각, 분양됐다.1979년 아파트 전면의
라이프
김지혜 기자
호수 1271
2022.06.26 09:10